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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영의 ‘클래식 음악’ 산책
2018년이여, 안녕! 하이든, 고별 교향곡 『Haydn, “Farewell”Symphony, No. 45, in F-sharp minor』
기사입력: 2018/12/21 [11:10]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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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영/음악칼럼니스트     ©UWNEWS

어느새 올 한해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후회도 미련도 없이 2018년을 얼른 보내버리고 2019년을 맞이하고 싶은 맘이 한 가득인데, 그래도 아쉬운 맘이 드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조금 더 어린 시절에는 12월이 좋은지 모르고 겨울이라 춥다는 생각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의 나에게 12월은 어느 달 보다 더 신나고 반짝반짝 거리는 달이 되었는데, 그것은 유럽에서 몇 년간 생활하며 보낸 덕이 큰 것 같다. 이맘때면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이 도시마다 열려 맛난 음식이며 예쁜 오너먼트며 축제가 한창이기 때문이다. 그 덕에 추운 줄도 모르고 매일 마켓에 나가 맛난 핫도그며 군것질을 잔뜩 하며 보냈다. 그렇게 즐거운 12월을 보내고 나면 새해가 찾아오고 학교 리포트 제출일이 다가와 숙제로 바쁜 달을 보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한국에서의 크리스마스에는 그런 기쁨은 없다. 대신 가족들과 함께 따뜻한 음식이나 겨울철에만 맛볼 수 있는 제철 음식을 또 먹을 수 있으니 외롭지 않은 겨울을 보낼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그도 그럴게 유럽의 크리스마스날은 가족들이 모두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명절과 같은 날이기에, 타지에 혼자 있는 나로서는 외로움도 느꼈기 때문이다. 

 

2018년을 보내며, 이보다 더 어울리는 곡을 찾기 힘들 것 같아 하이든의 고별 교향곡을 이번에 골라 보았다. 매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신년 음악회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회인데, 2009년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한 이 곡은 여느 악단보다 뛰어난 재치와 재미가 돋보이는 연주라고 생각한다. 이 연주는 지금도 큰 사랑을 받아 유튜브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 클래식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에서 한번 놀라고, 하이든이 얼마나 재치와 유머가 뛰어난 작곡가였는지 알면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에스테르하지 가문의 전속 음악가로 일하였던 하이든은, 단원들과 후작 사이를 현명하게 조절하는 한편, 성실하고 겸손하다는 평가를 받던 지휘자였다. 시골에 호화로운 거성을 지은 후작은 음악가들도 함께 이주하여 음악회를 열도록 하였는데, 단원들 가족들과의 동거는 허락되지 않았다. 

 

가족들과 떨어져 생활한지 어언 1년이 다 되어가자 단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는데, 이 불만을 잠재우고 단원들을 고향으로 휴가를 보내주기 위해 하이든이 한 가지 묘안을 짜낸다. 바로 고별 교향곡을 작곡한 것이 그것인데, 이 곡의 마지막 악장에 그의 재치가 드러난다. 음악을 연주하다가 관악기부터 차례차례 무대를 떠나기 시작하더니 현악기의 저음부 악기들도 떠나고 마지막엔 바이올린 연주자 2명만 남아 연주를 끝내게 만든 것이다. 이렇게 음악회 도중에 무대를 떠나는 퍼포먼스를 함으로써 자신의 속뜻을 비췄던 하이든의 의도를 알아챈 후작은 다음날 단원들에게 휴가를 주었다고 한다.

 

이렇게 곡으로서 자신의 의도를 표현한 하이든과, 그의 의도를 바로 알아채고 흔쾌히 휴가를 준 후작도 멋있다. 나 또한 클래식 공연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는 걸 새롭게 깨닫게 해준 고마운 공연이었다. 그 누구보다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빈 필하모닉 단원들과 바렌보임의 퍼포먼스에도 찬사를 보낸다.

 

2018년 동안 열심히 글을 썼다. 지면을 주신 여성신문과 읽어주신 독자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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