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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영의 ‘클래식 음악’ 산책
차이코프스키 - 가을에 듣기 좋은 음악
(다만 그리움을 아는 자만이, "Nur wer die Sehnsucht kennt", Op. 6-6)
기사입력: 2018/11/16 [17:30]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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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영/음악칼럼니스트     ©UWNEWS

나 가을 타나보다. 갑작스레 내려간 기온에 비 오고 우중충한 날씨도 한 몫 할 것이다. 1년이 어영부영 지나갔다는 생각과 함께 나는 무얼 했나 생각해 보기도 하고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점검해 본다. 식욕은 부쩍 좋아져 살이 찌니 무력감도 함께 온다. ‘나 가을 타는가보다.’ 하니 너도나도 ‘나도 가을 탄다.’ 라고 말해 함께 웃는다. 부쩍 옆구리가 시린 계절이기도 한가보다. 그 와중에 찾아 들은 차이코프스키의 주옥같은 곡들은 이 우울한 기분에 찰떡궁합이다. 어찌 이리도 내 마음을 달래주는지. 그의 곡들은 어느 것 하나 우울한 정서가 담기지 않은 곡이 없는 듯하다. 가을과 참 잘 어울리는 작곡가이다.

 

 차이코프스키가 젊은 시절 작곡하였던 가곡 “다만 그리움을 아는 자만이 (Nur wer die Sehnsucht kennt)”는 울적하던 내 마음을 달래주던 곡이다. 한 겨울 눈이 내려 세상이 하얗게 변해버린 설원에 나 혼자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나의 발자국만 홀로 남아 눈밭위에 새겨지는 풍경이 눈앞에 그려졌다. 이 곡을 발견하고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들었다. 울적하던 마음이 위로를 받아 사그라들던 순간이었다. 

 

 

 이 곡은 관현악 반주와 피아노 반주로 편곡되었으며, 첼로나 바이올린이 노래를 대신하기도 한다. 각각의 버전에 따라 느낌이 다르게 다가오지만 어느 것도 감동적이긴 마찬가지다. 제목도 너무나 멋지지 아니한가. 제목을 보는 순간부터 끌렸던 이 곡은 독일의 극작가 괴테 (Goethe)의 시에 차이코프스키가 곡을 만든 것이다. 먼 곳에 있는 고향 (이탈리아) 과 사람을 그리워 한다는 내용이다. “그리움을 아는 이만이 / 내가 무엇을 괴로워하는지 안다. / 모든 기쁨에서 / 동떨어져 / 저 창공을 바라본다. / 아, 나를 사랑하고 아는 이 / 먼 곳에 있구나! / 어지럽고, 속은 타들어가는 듯. / 그리움을 아는 이만이 / 내가 무엇을 괴로워하는지 안다.”

 

 이 시는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도제시대” 속의 유명 시로, 사실 차이코프스키 뿐만 아니라 슈베르트, 슈만, 베토벤, 볼프 그리고 프랑스의 앙브루아즈 토마의 오페라 “미뇽”까지 세기를 거슬러 많은 작곡가들이 곡을 붙였다. 슈베르트는 이 가사로 네 개의 가곡을 썼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곡은 단연 차이코프스키의 곡이다. 이 곡을 한번 들어보면 왜 가장 유명한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서주 부분의 반주가 어찌나 아름다운지 노래가 나오기 전부터 바로 마음을 빼앗길 것이다. 

 

 차이코프스키는 “6개의 로망스”의 작품에서 6번째의 마지막 곡으로 이 곡을 발표하였다. 가을에 듣기 좋은 그의 곡을 몇 곡 더 꼽으라면, “현을 위한 세레나데”와 “피아노 협주곡 1번” 그리고 “교향곡 6번, 비창”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곡이라면 어떤 걸 들어도 상관없다. 어느 것 하나 우울한 정서가 담기지 않은 곡이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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