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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에서의 감동을 그대로 음악에 담다.
Richard Strauss, Eine Alpensinfonie, Op. 64. “알프스 교향곡”
 
UWNEWS 기사입력  2018/09/21 [16:07]

 

슈트라우스 (1864-1949)는 독일 뮌헨 태생으로 살아생전에도 유명한 작곡가이자 지휘자로 음악가로서 인정받는 삶을 살았다. 그런 그의 많은 곡 중에서 나와 연결점이 있고 유독 깊은 감명을 받았던 곡이 한 곡 있는데, 그것이 바로 “알프스 교향곡”이다.   

 

그는 자연의 소재를 즐겨 작곡에 녹여내었는데, 뮌헨 근교의 알프스가 보이는 시골에 별장을 지어 지휘일이 없을 때는 작곡에 몰입하였다. 알프스 봉우리가 보이는 별장이라니 매일 아침 기상하면서 여기가 지상 낙원인지 아닌지 헷갈렸을 것 같다.  

 

알프스 교향곡은 어린 시절 산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가까스로 집으로 돌아왔던 본인의 경험을 소재로 하였다. 한밤중에 산을 오르기 시작하였던 그는 길을 잃어버리고 만다. 어두운 길을 오랜 시간 동안 걸어내려 와야 했고, 비바람에 온몸이 흠뻑 젖었다. 가까스로 하산할 수 있었던 그는 고생스러웠던 그날의 산행을 음악으로 표현해 보고자 하였다. 그것이 이후에 장대한 교향시로 나온 것이다. (이 곡은 음악을 통해 하나의 스토리를 표현했다고 해서 교향곡 보다는 교향시로 분류한다.) 악장의 구분이 따로 없어 휴식 없이 끝까지 연주되는 이 곡은 5부분으로 나뉘며, 21개의 풍경이 음악적으로 묘사되어 나온다. “일출”, “폭포”, “목장의 종소리”, “빙하와 마주침”, “천둥과 폭풍”, “다시 태양이 솟아오름”, “회상” 등의 이야기가 표현되었다.  

 

독일에서 유학하던 시절, 친구들과 배낭만 메고 차를 렌트해 스위스 알프스 자락으로 산행을 갔다. 텐트를 지고 올라가 1박을 하고 정상까지 올라가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다. 여름이었는데도 알프스 산 위에는 눈이 가득하였고, 눈이 녹고 있어 오히려 더 위험하였다. 밤이 오자 산 위에 텐트만 쳐서 컵라면으로 몸을 녹이고 밤하늘에 쏟아질 듯 가득한 별들을 보며 잠이 들었다. 다음날 눈을 떠보니 사슴들이 놀고 있고 주변 풍광이 장관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낭만도 잠시, 다음날 산행은 더 지옥행이었다. 그때 썼던 글을 보면 이렇게 쓰여 있다: “등산은 인생과 참 많이 닮았다. 처음 출발은 같이 하지만 어느 순간 보면 다들 혼자 걷고 있었다. 다들 무거운 배낭가방을 하나씩 메고 힘든 눈밭을 소리 없이 걷고 있는 광경을 보면서 아. 인생이란 이런 것이구나. 다들 힘들 텐데 소리 없이 자신들의 고난을 짊어지고 걷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보이는 것은 오로지 산과 눈, 조용히 부는 바람,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물 흐르는 소리. 그 모든 것을 내 눈과 귀와 마음에 담고 돌아왔다. 알프스는 정말 아름다웠다“. 이 경험은 나의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독일에서 SWR-Sinfonieorchester의 연주로 “알프스 교향곡”을 들었다. 그때 썼던 후기를 읽다보면 그날 받았던 감동이 얼마나 컸는지를 다시 느낄 수 있다. 관악기의 웅장함, 대규모의 오케스트라, 흔히 볼 수 없는 타악기들과 오르간, 첼레스타까지. 이러한 악기들 덕분에 천둥과 비바람이 부는 소리까지 다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수준 높은 독일 관중들의 박수갈채. 아무도 집에 갈 생각을 도무지 하지 않던 그날 밤의 공연은 “알프스 교향곡”이 마지막을 장식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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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9/21 [16:07]  최종편집: ⓒ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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