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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상식콕
불법원인급여물과 사기죄
기사입력: 2018/08/23 [16:41]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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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민/이상민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UWNEWS

Q) 우리나라의 경제가 어려운 탓일까요, 아니면 그냥 이기심에 가득찬 돈이 부르는 범죄일까요. 최근 사기죄와 관련된 사건을 다룬 기사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사기죄는 결국 돈에 관한 이야기들입니다. 물론 해당 사건이 형법상 사기죄가 성립하는지는 각각의 사실관계마다 다르고, 별개로 따져보아야 할 문제이겠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모두가 정말이지 치열한 삶을 살고 있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그럼 이런 경우는 어떨까요. 예컨대 A가 B에게 대신 로비를 해주겠다면서 뇌물자금을 받았는데 애초에 A는 자신이 그 돈을 착복할 생각으로 돈을 받아 편취한 경우, 또는 도박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돈을 빌렸는데 역시 이를 착복 및 편취한 경우 등 소위 불법적인 원인을 위해 돈을 교부한 경우에도 상대방이 그 돈을 편취한 것이 분명하다면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일까요. 불법에 돈을 써달라고 준 사람이나, 그걸 받고 편취한 사람이나 모두 보호가치가 없는 것일까요. 

 

 

A) 위 질문 내용만 본다면, ‘A나 B나 모두 나쁜 사람이 아닌가’, ‘불법 목적으로 돈을 교부한 사람을 위해 국가가 보호해 줄 필요가 있는가’라는 당연한 생각이 드실 수 있습니다. 특히 위와 같은 불법목적의 금원 교부를 소위 ‘불법원인급여’라고 하는데요. 민법 제746조 본문에 의한다면 불법원인급여물에 관하여는 급여자에게 애초에 반환청구권 자체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불법원인으로 급여한 것이므로 보호가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형법상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어떨까요. 민법의 태도와 같을까요? 이에 대해서 위와 같은 민법에 따를 경우 피해자에게 반환청구권이 없으므로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견해가 역시 있지만, 타인을 속이는 기망행위에 의하여 피해자에게 이미 재산상 손해를 입힌 이상 행위 그 자체는 위법한 것이 맞으므로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견해가 있고, 우리나라 판례 역시 사기죄 성립 긍정설을 취하고 있습니다.

 

즉 불법원인급여물이라고 하더라도 애초에 기망행위를 한 수익자에게 더 큰 비난가능성이 있으므로 민법상으로도 제746조 본문이 아닌 단서규정에 의해 반환청구권이 인정될 여지가 있고, 민법상 위법이라는 개념과 형법상 위법이라는 개념이 완전히 같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역시 수익자가 기망을 통하여 급여자로 하여금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 재물을 제공하도록 하였다면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하면서, 그것이 도박자금이라고 하더라도 사기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사기는 욕망의 범죄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의 본성을 자극하는 범죄라는 것입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참으로 그럴 듯한 말이지만, 결코 그럴 듯 하면 안 될 것입니다. 모두가 치열하고 힘든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인간성의 회복이 과제인 오늘날 그럴듯한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그저 평범한,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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