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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의 녹턴을 듣다. - 고국의 슬픈 운명과 전쟁의 그림자.......
(Chopin - Nocturne in E-flat major, Op. 9, No. 2 / Nocturne No. 20. c# minor, Op. posth.)
 
UWNEWS 기사입력  2018/08/09 [13:15]

 

▲ 김윤영/음악칼럼니스트     ©UWNEWS

 무척이나 더운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날 더위를 식혀줄 음악으로 신나는 음악도 좋지만 정적인 곡을 들으면 마음이 안정되고 차분해지는 것 같다. 자연스레 땀도 식는다. 들을수록 마음이 차분해 지는 쇼팽의 녹턴은 그렇기에 이런 날 듣기에 딱 인 듯 하다. 물론 시원한 바람이 불어준다면 이보다 좋을 순 없겠지만 말이다.


 쇼팽의 녹턴은 총 21곡인데 그 곡들은 대게 정적이고 아름다운 선율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우리의 귀에 익숙한 작품번호 9번의 2번 (op. 9, No. 2) 을 나는 좋아한다. 아름다운 이 곡을 듣다보면 절로 마음이 안정되는 것 같다. 무더운 요즘, 이 곡을 들으면 어느새 나는 푸른 나무들이 빽빽한 숲 속에 가서 눈과 귀가 시원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비가 올 때 들으면 낭만의 정취가, 더울 때 들으면 시원해지니 들을 때 마다 감동하게 되는 곡이 아닌가 생각된다.


 ‘피아노의 시인’ 이란 별명이 있는 쇼팽은 피아노곡을 전적으로 작곡 하였는데 200여개의 피아노 독주곡이 있다.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개인 독주회나 협연에서 즐겨 연주하는 곡이 쇼팽의 곡이며 낭만적이고 시적인 정취로 대중의 사랑도 많이 받고 있다. 또한 쇼팽은 전공자와 아마추어 연주자 모두를 아우르는, 즉 테크닉이 너무 어렵지 않으면서도 음악적인 곡들 (연습곡, 춤곡이나 야상곡 같은) 을 많이 썼는데, 그의 몇몇 곡들은 듣다보면 피아노 전공자가 아닌 나도 ‘한번 쳐 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음악적으로 쇼팽을 표현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쇼팽의 대가 루빈슈타인은 ‘쇼팽을 시적으로 아름답게 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 이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쇼팽을 민족주의 작곡가로 분류하기도 하는데, 그는 고국의 민속음악과 정신을 음악에 녹여내었다. 그가 즐겨 작곡하였던 마주르카와 폴로네즈는 폴란드의 전통춤곡이다. 약소국이었던 폴란드는 역사적으로 존망의 위기를 수차례 겪었는데, 고국을 떠나 살았던 쇼팽이었지만 그는 고국에 대한 사랑과 폴란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절대 잃지 않았다. 쇼팽이 고국을 떠나 음악활동을 하였던 1831년경에 고국 폴란드 에서는 러시아의 지배에 저항하는 폴란드 혁명이 일어났는데, 그 결과는 참패로 끝나고 만다. 혁명의 실패로 불바다가 된 고국을 보고 분노한 쇼팽은 “혁명” 에튀드를 작곡 하였는데, 그의 참담한 심정이 곡에도 그대로 드러나는 아주 격정적인 곡이다. 쇼팽은 폴란드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로 폴란드인들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폴란드가 배경인 영화음악으로도 자주 사용되곤 하는데, 1939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나치의 탄압을 받던 유태인의 이야기를 다룬 전쟁영화 “피아니스트” 에서도 그의 곡이 사용되었다. 영화의 주인공은 유태인 천재 피아니스트로 영화는 쇼팽의 녹턴 20번을 치는 그의 연주로 시작한다. 영화의 ost 주제곡으로도 쓰이는 이 곡은 비극적인 내용을 암시라도 하듯이 너무나 아름답고 슬픈 선율을 가진다. 쇼팽이 청년이던 시절 1830년에 이 곡을 작곡 하였는데, 역사적으로 폴란드 혁명이 1831년 참패로 끝났으며 그로부터 100년 뒤인 1939년에 나치의 인종청소로 대학살이 이뤄졌으니 한 세기가 흘러도 전쟁과 피로 얼룩졌던 슬픈 역사가 반복되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까웠다. 폴란드의 역사적 슬픈 운명이 한국의 역사와 중첩되어 보였기에 더 그런 것 일지도 모르겠다.


 녹턴 (nocturne)은 ‘밤의 음악’ 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는데, 그런 까닭에 ‘밤에 들으면 좋은 음악’ 이나, ‘신비로운 감성을 가진 밤의 음악’ 이라는 수식어도 많이 달고 있다. 시적인 향기와 밤의 감수성을 가득 담은 그의 녹턴을 차례로 감상하며 이 더위를 식혀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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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8/09 [13:15]  최종편집: ⓒ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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