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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영의 ‘클래식 음악’ 산책
비가 내릴 때 생각나는 음악,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 (Erik Satie, Gymnopedies No. 1, 2, 3)
기사입력: 2018/07/13 [15:48]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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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영/음악칼럼니스트     ©UWNEWS

  비가 연일 내리고 있는 요즘이다. 비가 내릴 때면 밝고 활기찬 음악 보다는 마음이 차분해 지는 음악을 들을 때가 많다. 비 내리는 창가를 바라보며 따뜻한 커피나 차를 한잔 할 수 있는 여유. 그보다 더한 사치가 어디 있을까 싶다. 바쁘게 달려가는 삶 속에서 잠깐의 쉼표를 찍는 일. 거기에 좋은 음악까지 함께 한다면, 평범한 일상이 더 이상 평범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를 듣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 지기도 하고 동시에 멜랑콜릭한 정서도 느낄 수 있다. 비 오는 날 한없이 센치해 지고 싶다면 이보다 적격인 음악이 없을 것이다. 이 고독한 정서는 작곡가 본인에게서 오는 것일까? 어린 시절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조부모 밑에서 자랐던 그는 외로운 십대를 보냈다. 평생을 잊지 못했던 여인 수잔 발라동 에게서 어머니의 모습을 봤던 그는 그녀를 그리워하며 평생을 살았다고 한다. 수잔을 생각하며 쓴 곡 “Je Te Veux" (난 그대를 원해요) 가 이렇게 로맨틱하게 들리는 이유는, 그리고 밝은 이유는 그녀와의 행복한 기억만을 담아 작곡했기 때문일까? 이 곡에서 만큼은 사랑스럽고 행복한 기운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가난한 예술가들이 모여 예술을 즐기고 토론하던 장소였던 몽마르트 언덕의 카바레 ‘검은 고양이’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였던 사티는 “짐노페디”를 작곡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짐노페디 (Gymnopaedia)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 스파르타에서 찾을 수 있는데, 소년들이 옷을 벗은 채 그들의 건장한 신체와 전쟁 기술을 보여주던 전쟁 춤 이었다고 한다. 사티는 짐노페디를 완성하기 이전부터 자신을 “gymnopedist (짐노페디스트)" 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그의 첫 작품 제목이 짐노페디 인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닌 것이다. 

 

▲ 자료사진     © UWNEWS

 

 

  그의 초기 음악은 명상적 분위기를 갖는다. 이는 어린 시절 성당의 오르가니스트 에게서 음악을 배운 영향인 것으로 보이나 그의 음악이 종교적인 것은 아니다. 그의 음악이 듣기에 편안하고 따뜻한 것과 대조적으로 그는 당대의 풍토와 전통을 거부하였던 음악계의 이단아 였다. 당시에 유행하였던 사조 인상주의나 상징주의를 배척하였던 것은 물론, 낭만주의 적인 표현과 철학적인 정신성을 철저하게 배격하였다. 프랑스 문화계에서 이러한 문화 개척자들을 아방가르드 (avant garde)라고 하는데, 그 또한 그 선구자 였던 샘이다. 그의 음악은 근대 프랑스 음악은 물론, 드뷔시와 라벨에 영향을 미쳤으며 발레즈와 존 케이지 까지도 훗날 그의 독창성과 시도들에 열광하였다. 

 

  짐노페디는 반복되는 단순한 선율과 리듬, 똑같은 반주패턴, 느린 템포를 써서 정적이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표현하는데, 이는 당시의 음악 풍토들 -현란한 기교를 미덕으로 삼던- 에 대조되는 것이었다. 중세의 교회선법을 썼으며 우리에게 익숙한 조성의 해결이 없어 더욱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한국에서 꽤 알려진 이 곡은 자주 티비 광고나 카페 음악으로 쓰이기도 하였는데, 사티를 제대로 이해하고 듣기 시작하니 이 곡이 새롭게 들린다. 단순하지만 그 속에 담긴 뜻은 전혀 단순하지 않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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