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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순의 세상읽기
지역언론이 필수적인 시대
기사입력: 2017/08/02 [12:07]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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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WNEWS

 

▲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UWNEWS

지난 7월 16일 지역에 물난리가 났음에도 아랑곳 않고, 국민세금으로 버젓이 해외여행을 떠난 충북도의원들에 대한 비난보도가 쏟아졌다.


지역언론의 최초 보도를 전국언론이 받아 보도하면서, 해당 의원들은 졸지에 전국적인 유명인사가 되었다. 지방자치의회 의원, 즉 도의원이나 시/군/구의원이 이처럼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은 적이 없었다.

 

해당 도의원의 귀국장면이 현장중계 되었고, 사과 기자회견 장에는 청와대 기자실보다 많은 언론인들이 모였다. 덕분에 충북도지사나 청주시장 등 정작 책임과 비난을 받아야 할 사람들은 여론의 화살을 피할 수 있었다.

 

충북도의원 사건은 한국 언론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언론보도 덕분에 충북도의원 4명은 징계나 비난을 받게 되었지만, 그러한 결과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 때문에 홍수가 난 것도 아니고, 그 사람들이 징계를 받는다고 해서 홍수를 예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언론이 정작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지역이다. 왜 홍수가 발생했는지 그 원인을 파헤치고, 그에 따른 책임자를 찾아내는 일이어야 했다.

 

그러나 청주 도심지역에 빗물 배수가 되질 않아 지역주민들에게 막심한 피해를 입혔는지 꼼꼼히 따지는 전국단위 언론의 보도는 거의 없었다. 지역정치인들이 견학이나 시찰의 명분으로 호화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고질적 관행에 대한 문제 제기도 거의 없었다. 전국의 시도의원들이 앞으로 장마철에는 해외여행을 가지말자고 굳게 다짐했을 것이다.


한편 7월 22일 국회 추경안 통과 과정에서도 정치인들의 해외여행이 언론의 도마에 올랐다. 11조원에 달하는 추경안은 문재인 정부가 취업증진과 경기회복을 위해 야당에게 애걸하다시피 협조를 구한 사안이었다.


그러나 여야가 어렵게 합의해 본회의 표결에 부쳤는데, 무려 20여명에 달하는 여당의원이 회의에 불참해 의결정족수가 미달되었고,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도움을 받아 통과시키는 소동을 빚었다.

 

대다수 불참의원들은 해외여행 중이었고, 7명의 국회의원들은 불참사유 조차 밝히지 않았다.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민주당은 추경안 불참의원들을 징계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서면경고’로 어물쩍 넘어갔다.


충북도의원의 해외여행에는 많은 시간을 할애한 방송사들이지만, 추경안 국회 의결에 불참한 국회의원들에 대한 추가 보도나 책임을 추궁하는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국회 회기 중에 버젓이 국민세금으로 불필요한 해외여행에 나서는 국회의원들의 그릇된 관행에 대한 고발성 보도도 없었다. 많은 국회의원들이 추경안 심의 중에는 해외여행을 가지말자고 굳게 다짐했을 것이다.


위의 사례들은 도의원이나 국회의원들의 개인적 자질문제로 간주하고 넘어갈 사안이 아니고, 한국 정치의 구조적 병폐로 인해 생긴 문제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발생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


문제의 근원은 선거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지역유권자들이 자기 지역의 대표를 선출하지만, 선거가 끝나고 나면 전혀 관리도 안되고 작동도 안되는 한심한 지역정치 현실 탓이다.


한국 사람들은 정치적 관심도 높고 나름의 식견들을 갖고 있지만, 자신들이 지역에서 뽑은 정치인들이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지 별로 관심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


지역언론은 그 영향력이 제한적이고, 지역정치인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려주는 지역언론도 드물다. 대부분 자치단체나 국회의원 홍보담당자들이 골라준 ‘잘한 일’만 받아서 베끼기에 바쁘다.

 

그러다 보니 선출된 정치인들이 무서워하는 것은 지역유권자나 지역여론이 아니다. 종이 주인을 무서워하지 않는 현재의 정치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정치인들의 무능과 일탈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역으로, 종이 주인을 무서워하는, 즉 지역정치인들이 지역유권자의 눈치를 살피고 무서워하는 본래의 의회민주주의 원칙이 작동된다면, 유능하고 성실한 정치인들이 늘어날 것이고,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 회복될 것이다.


그러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장치가 바로 지역언론이다. 지상파 방송이나 종편방송이나 전국일간지와 같은 비지역언론은 지역에 관심이 없고, 지역정치인과 지역유권자를 연결하는 민주적 가교역할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 세계 민주국가의 언론이 여전히 지역언론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지역언론이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고유의 기능과 경쟁력을 스스로 외면하고 있다.


지역 정치인들이 오늘 혹은 이번 주 업무시간에 무얼하는지, 어디에 있는지, 누굴 만나는지 등만이라도 독자들에게 알려주어도 그들의 행동이 달라질 것이다.


언론의 역할이 점점 더 축소되는 시대라 해도 지역언론이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들은 널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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