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칼럼-노익희)
[편집국장 칼럼] 울산사랑, 20년 감회(感懷)와 늦은 감해(感悔) ···.
기사입력: 2016/09/01 [18:10]   울산여성뉴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UWNEWS

[울산여성신문 편집부]

 

▲ 노익희 편집국장     ©UWNEWS

서울에서 태어나 줄곧 살다가 대기업에 근무하며 심한 목디스크를 얻어 내려오게 된 울산, 지금은 20년을 산 두 번째 고향이 됐지만 처음엔 그저 산업의 수도라는 이유로 정착했었다. 그리고 살다가 알게 된 울산 주변의 아름다운 산들과 바다들, 저녁내내 친구가 되 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아름다운 태화강과 400년 만에 귀환하게 된 늠름한 태화루, 인정어린 울산사람들....

    

“어디고?”라는 인사만으로 만날 수 있는 선후배와 친구들,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단체장들과 정치하는 사람들, 크고 소소한 많은 행사와 만남들로 하루에도 몇 번씩 만날 수 있는 지인들과 좋은 사람들, 고래고기로 대접할 수 있는 외지사람들의 웃음들, 문수 경기장을 걷고 뛰면서 느꼈던 가을바람, 부자가 아니어도 차별 없이 지낼 수 있었던 따뜻한 사람들과의 20년 세월이었다.

    

어느 날 어린 아이들이 벌써 20세가 되어 어께에 손을 올려야 얹을 수 있게 된 이즈음에 울산에 내려와 살게 된 20년만의 감회는 참으로 아득하다. 40대 이후를 울산에서 보내고 있으니 이미 제2의 고향을 넘어 여생을 보내게 된 고향(故鄕)이 되었다. 태어난 서울을 떠난 이유는 장애가 원인이었지만, 종종 서울을 올라가 지하철과 버스를 타면서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이는 서울사람들을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바삐 잘 살아갈까?’하고 놀라워하곤 한다.

    

20년 동안 한 번도 남과 다퉈보거나 언쟁하지 않고 살 수 있었던 것은 태생이 낙천적이고 인문적이었던 이유였을진대, 지금은 글을 쓰고 문화예술을 좋아하며 사람들과 어울려 사랑받고 사랑하며 살았던 것이 가끔 후회가 되기도 한다. ‘더 많이 아름다운 울산을 즐길 걸,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배울 걸, 더 많이 사랑하고 좋아하며 인내할 걸’ 하는 감회(感懷)만 가득하다.

    

본시 생긴 모양이 선이 얇고 피부가 하얀 이유로 처음 만나면 영락없는 서울내기라는 말을 들었다. 강산이 두 번 바뀌었지만 말씨가 여전히 낮고 표준말이다 보니 뺀질스럽다고들 했었다. 어느 정도 친하게 된 사람들은 후에 '서울양반'이라거나 ‘점잖다’는 말로 칭찬을 해 주기도 했지만 대부분 울산사람들이 보기에는 이질감을 느꼈었던 모양이다. 우연한 기회에 듣게 된 후배의 말 한마디에 20년 만에 큰 충격을 받었다. 욕을 섞어서 내뱉은 ‘울산사람이 아니니 선배 대접을 안해도 된다’ 던 말 한마디....

    

사실관계를 떠나 지워도 잘 지워지지 않는 말 한 마디가 20년 울산생활을 돌이키는 감해(感悔)를 갖게 하고 지난날을 후회하게 했으니 말은 참 어렵고도 조심해야 할 덕목이다.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워지는 것이라던 말처럼 자세를 낮추고 내가 손쉽게 내뱉은 말 때문에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백배사죄해야 할 판이다. 지역감정이나 위계질서를 떠나 원인은 막말을 쉽게 내뱉는 습관들의 잘못이리라.

    

막말과 인격모독으로 정치권뿐 아니라 경제계와 각 분야에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는 모두 한번쯤은 누구나 무심코 던진 말로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고 살아간다. 이제야 막말을 서슴지 않고 자숙(自肅)없는 후배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한다. 울산을 사랑하고 아끼고 살아오던 20년 여정에 모르고 지나치던 값진 것들을 감내(堪耐)하게 해 주었으니···.

  • 도배방지 이미지

이동
메인사진
[임영석 시인의 금주의 '詩'] 눅눅한 습성 / 최명선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인기기사 목록